"향토기업 오리온전기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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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구미시민들이 오리온전기㈜ 살리기에 나섰다. 오리온전기 살리기 구미시민운동본부는 24일 구미역 광장에서 회사 살리기 서명운동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발대식에는 구미경실련.구미YMCA 등 시민단체와 상공회의소 등 37개 기관.단체 소속 회원 5백여명이 참여했다.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은 "시민들이 힘을 모아 지역기업인 오리온전기를 살리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운동본부는 이번주 안에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법정관리 여부를 심리하는 법원에 제출키로 했다.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다음달 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시내 전역에서 대대적인 서명작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오리온전기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회사를 살릴 필요가 있다"며 "법정관리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사원들은 퇴직금 수령 기간을 퇴사 후 1년 이내로 양보한다는 등의 동의서를 법원에 냈다. 회사 측도 사원의 40%를 구조조정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최종 부도처리된 오리온전기는 최근 디스플레이 제품 생산라인 5개 가운데 1개를 가동했으며, 다음주 중 1개 라인을 추가로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사원마다 수백만원의 임금 체불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회사의 조속한 회생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회사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어 사원들의 사기가 오른다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지역에 뿌리를 박고 성장해 온 향토기업인 만큼 이를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 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오리온전기=1965년 서울에서 설립된 회사로 73년 본사와 공장을 구미공단으로 옮긴 뒤 컴퓨터 모니터와 TV용 브라운관 등을 생산해 왔다. 69년 국내 처음으로 흑백TV 브라운관을 생산해 주목을 받았다. 83년에는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가 외환위기 이후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달 들어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돼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지난 2일 대구지법 파산부에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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