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미루면 국민건강 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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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이종욱(李鍾郁.사진)신임 사무총장은 24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담뱃값을 올려 줄어드는 세수보다 담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다"면서 "담뱃값 인상을 미루는 것은 국민 건강을 담보로 잡히는 꼴"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담배 한갑의 가격을 2천원에서 3천원으로 대폭 올려 흡연율(지난해 현재 60.5%)을 50% 이하로 떨어뜨리겠다고 하고, 재경부나 예산처는 세수가 줄고 물가가 오른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李총장은 경제부처의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담뱃값을 올리면 세수가 다소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돈이 국가 재정에서 얼마나 차지하는가. 미미하다. 담배가 폐암 등의 병을 일으켜 여기에 몇십배.몇백배 더 들어간다."

李총장은 "국민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가장(정부)이 가족의 건강을 해치도록 하면서까지 담뱃값 인상을 우물쭈물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3일 청와대를 예방한 자리에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에게 담뱃값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으며 대통령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담배로 번 세 수입은 3조7천억원, 담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6조2천여억원(2000년 기준)이었다. 담배의 손실은 ▶조기 사망으로 인한 근로 손실 5조9천8백44억원▶질병 치료비 6백8억원▶간접흡연 1천7백21억원▶화재 1백71억원 등으로 추정됐다.

복지부 생각대로 흡연율을 16.6%가량 떨어뜨리면 1조원 가량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담배 판매량이 줄면서 세수입은 6천여억원 줄지만 가격 인상에 따라 세 수입이 늘기 때문에 세수 감소는 6천억원보다 상당히 적을 것이란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한편 李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세계 에이즈 감염자가 4천명에 달하며 사하라사막 남부 아프리카에 2천7백만명이 몰려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2005년까지 3백만명이 에이즈 약을 먹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李총장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6차 WHO 총회에서 제6대 사무총장으로 인준됐으며, 다음달 21일 취임해 5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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