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테마상가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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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가뜩이나 분양이 안되는데 분양 비리 사고까지 터지다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의혹 사건이 터진 뒤 지난 주말 도.소매 테마상가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동대문에서 만난 한 테마상가 분양 담당자는 한숨을 지었다.

공급 과잉으로 부진한 신규 분양 시장이 굿모닝시티 사건까지 겹치며 투자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테마상가 역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매출이 떨어져 목좋은 1층 점포 시세가 지난해 가을보다 1억원 이상 내린 곳도 있다.

기존 상가 시세 약세=지난해 가을 입점한 한 테마상가에서 여성의류를 팔고 있는 李모(36)씨는 "장사가 안돼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지 못한 곳도 있다"며 "권리금은 커녕 분양받아 입주 때까지 금융비용을 생각하면 손해가 많다"고 말했다.

입점 당시 이 상가 1층 점포 시세는 3억5천만~3억8천만원이었으나 요즘은 2억1천만~2억2천만원선으로 떨어졌다.

또 다른 테마상가는 지난해 이맘때 5억원이던 1층 시세가 3억4천만~4억원선으로 내려 앉았다. 하지만 나오는 매물에 비해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인들은 다음 달 청계천 복원 공사가 시작되면 추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G부동산 관계자는 "동대문은 경기침체와 분양비리, 청계천 복원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창업을 하려는 손님이 찾아와도 지금은 때가 아니니 기다리라고 권할 정도"라고 말했다.

신규 분양시장도 찬바람=최근 동대문 테마상가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가114 조사에 따르면 현재 동대문 일대 도.소매 테마상가는 26개, 2만여 점포가 영업 중이며 분양 중이거나 공사 중인 것까지 합하면 31개 3만여 점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저금리 영향 등으로 분양이 잘 되자 앞다퉈 테마상가를 지은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굿모닝시티처럼 땅을 매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시작한 일부 테마쇼핑몰 분양담당자들은 분양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상가 중에는 사업예정지에 플래카드만 걸어놓았을 뿐 공사 착공이 지연되는 곳도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굿모닝시티가 분양을 시작한지 2년이 넘도록 공사가 늦어지면서 나머지 상가 분양률도 40~70%선에 머물고 있다"며 "이번 일로 테마상가에 대한 불신이 커져 미분양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규 테마상가의 경우 손바뀜이 거의 없고, 분양 초기에 형성되는 바닥권리금(일종의 프리미엄)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테마상가의 위험한 분양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아파트와 달리 명확한 입주.입점자 모집 규정이 없어 땅을 매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하거나, 계약금만 건 채 지주에게 토지사용승낙서만 받아 오면 건축허가를 내주는 관행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한 곳만 분양사고가 나도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르고, 전체 테마상가에 대한 인식도 나빠질 수 있는 만큼 분양방식 개선 대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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