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부동산 시장 진단 이해따라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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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부동산 안정대책을 마련했던 경제부처 모 국장은 최근 사석에서 정부의 조치가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고 털어 놓았다.

사연인 즉, 아파트 시세를 묻는 자신의 품새를 유심히 살피던 중개업자가 "무슨 용도로 쓰려고 하느냐"고 반문하고는 원하는 대로 대답해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답을 원하면 '내린 것'으로, 별 영향이 없다는 쪽이면 '보합세'라고 얘기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가격을 조작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던 배경에는 이들의 영향력이 의외로 컸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주택안정대책 중 가장 강력하다는 5.23 조치로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요즘의 언론 보도가 혹시 오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우려는 5.23 조치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대상 아파트값이 많게는 3천만원 가량 떨어졌다는 조사가 나온지 1주일도 안돼 호가 중심이지만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중개업소들의 대답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게 시장상황이라고 하지만 너무 침체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리까지 나온 상황에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벌써 반등세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혹시 보이지 않는 손들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나 업계는 자기 나름의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일부는 주택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오른다고 본다. 하반기 주택시장은 결국 하락과 상승 중 어느 쪽의 바람이 더 세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입장에 따라 주택 경기의 진단이 다르다는 점이다.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는 쪽인 업계 등은 대체로 오른다고 본다.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쪽은 내린다는 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전망이란 틀리기 위해 내놓는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지만 자신의 입장만 너무 강조한 경기분석은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개시장의 가격조작만큼이나 위험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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