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보디가드' 주인공 차승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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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방송이나 똑같아요. TV드라마가 시간에 쫓기는 건 사실이지만 24시간 촬영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 푸른 초원 위에'후속으로 다음달 5일 첫 방송되는 22부작 주말드라마 '보디가드'(KBS-2TV.오후 7시50분)의 주인공 홍경탁으로 3년 만에 TV로 돌아온 '영화배우' 차승원씨는 또 그 질문이냐는 듯 지겨운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차씨는 TV의 성공을 발판으로 충무로물 좀 먹었다는 다른 많은 스타와는 확실히 달랐다. 촬영에 임박해서야 나오는 대본, 열악한 촬영환경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방송을 2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대본이 2회분밖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투덜대기는커녕 오히려 방송을 두둔했다. 그래서 배우가 아니라 꼭 감독 같았다. 작가 같기도 했다.

"차라리 시작 전에 완벽하게 준비하는 게 낫지 않나요. 이야기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촬영에 들어가는 것보다 스토리라인(줄거리)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보디가드'는 차승원표 드라마다. 최고의 대통령 경호원 민우가 주먹밖에 믿을 게 없는 백수 건달 경탁으로 바뀐 것도 전적으로 차씨의 입김 때문이었다.

"대통령 경호원이라는 공적인 업무를 맡은 사람의 삶을 얼마나 현실감있게 그려낼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싸움만 잘하는 백수의 좌충우돌 성공기로 방향을 바꿨죠. 민우라는 이름도 너무 비현실적이라 경탁으로 제안했고요."

민우가 경탁으로 바뀌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재벌 딸로 설정됐던 여주인공 임은경씨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감자탕집 아르바이트로 신분이 강등됐다. 결국 주인공이 '보디가드'라는 골격만 남은 셈이다. 이렇게 '보디가드'는 차승원의, 차승원에 의한 드라마다. 그러나 차승원을 위한 드라마가 될지는 미지수다.

차씨는 "변신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오직 (본인 속에)있는 걸 끄집어 낼 뿐"이라면서도 "시청률은 자신있다"고 했다. 껄렁한 코믹배우 이미지가 강한 차승원표 보디가드를 시청자들이 과연 어떻게 봐줄지 두고 볼 일이다.

문막=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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