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훔친 동성애자에 1천만원 벌금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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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서 다른 남자의 속옷을 훔치려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동성애자가 8개월의 형을 산 뒤 항소심에서 1천만원의 벌금형까지 선고받았다.

서울지법 형사9부는 최근 배모씨(30.요리사)에 대한 절도미수죄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절도혐의로 집행유예기간에 있던 배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한 사우나 수면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 김모씨의 왼쪽 손목에 있던 옷장 열쇠를 빼내 옷장 문을 열고 속옷 등을 훔치려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8개월의 형을 선고받자 항소를 했다.

배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전날 인터넷 동성연애자 사이트를 통해 '사우나에서 마음에 드는 동성연애자에게 접근하려면 상대방의 옷장 열쇠를 갖고 화장실에 가서 상대방이 따라오면 다시 상대방의 옷장으로 가서 속옷을 꺼내 보여주라'는 정보를 접했다"면서 "단지 피해자가 마음에 들어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속옷을 꺼내려 했을 뿐 절도의 범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배씨는 특히 "피해자가 사우나에 들어오면서 지갑 등의 소지품을 카운터에 보관하는 것을 봤기에 다른 물건을 훔칠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동성애자가 사우나에서 마음에 드는 동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벗은 몸을 유심히 보거나,주위를 서성이거나,누워있는 상대방의 옆에 누워 자는 척 하면서 몸을 건드리는 등의 방법이고,이때 상대방도 동성이 마음에 들면 그 응답으로 몸을 더듬거나 자신의 옷장 열쇠를 풀어 자신의 속옷 등을 가져오도록 허락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는 관련자 진술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이같은 표현 방법을 전혀 취하지 않은 채 곧바로 사우나 수면실에서 자고 있는 피해자의 손목에서 열쇠를 풀어 옷장에서 속옷을 가져다가 보여주려고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고,피고인이 절도전과가 있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유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범행에 비해 형량이 너무 무거운 점을 고려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배씨는 지난 7월 구속돼 8개월간의 형량을 채운 상태에서 항소심 선고가 나 결과적으로 1천만원의 벌금만 더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으며,재판기간중 자신과 사귀던 다른 동성애자가 불리한 진술을 해 이 사람과도 결별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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