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환경미화원… 쓰레기속 1200만원 주워 주인 찾아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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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땀 흘려 일해본 사람들은 남의 돈도 귀한 줄 알기 때문에 함부로 욕심내지 않습니다."

로또복권의 당첨금이 매주 치솟는 세상. 하지만 모든 사람이 '대박'의 꿈에 눈이 먼 것은 아니다.

서울 광진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방원일(41.사진)씨. 그는 최근 거액의 돈을 주웠지만 정직하게 경찰에 신고, 주인을 찾아줬다.

방씨에게 '돈벼락'이 쏟아진 것은 지난 17일 오전 1시쯤.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던 그는 자양2동의 한 골목에서 쓰레기 더미 옆에 놓여있는 검은색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가방을 여는 순간 방씨의 눈 앞엔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1만원짜리 지폐에서 10만원권 수표까지 가방에 돈이 가득했던 것이다.

담당구역에 좁은 골목길이 많은 탓에 방씨는 손수레를 끌며 혼자서 작업을 해왔다. 이날도 마찬가지. 당연히 그가 돈을 주운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유혹을 느낄 만한 상황. 특히 1985년 무조건 상경, 갖은 일을 전전하다 89년 미화원이 된 뒤 부인과 함께 1남1녀를 키우며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방씨에게는 강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돈을 헤아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하던 일까지 미뤄둔 채 인근 파출소로 향했다.

"돈 주인이 얼마나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일도 손에 잡히지를 않더라고요."

경찰 확인 결과 이 돈은 강모(37)씨의 것으로 밝혀졌다. 액수는 1천2백여만원. 강씨는 이날 길거리에서 통화하던 중 괴한 두명에게 날치기를 당했고 뒤쫓았지만 놓치고 말았다. 가방은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괴한들이 돈의 일부만 빼고 버려둔 것이었다. 마음 고생 끝에 방씨의 선행으로 돈을 찾게 된 강씨는 방씨에게 20만원의 사례금을 건넸다.

"억지로 건네 받기는 했지만 사례금을 받은 게 마음에 걸립니다." 방씨는 "다른 미화원들도 나 같은 상황에 처했으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제가 특별히 착한 게 아니죠"라며 자꾸만 "당연한 일을 한 건데…쑥스럽다"고 만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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