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째 벤치워머 속타는 정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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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시애틀 스톰의 정선민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앤 도너번 감독을 만나 직설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최근 4연속 벤치를 지키면서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도너번 감독은 의외라는 듯 "난 올시즌은 적응기간이라고 본다"며 "내가 뽑은 너를 왜 못 믿겠느냐. 한 시즌만 참아달라"고 달랬다.

정선민과 도너번 감독의 시각차는 이토록 크다. 정선민은 '두어 경기'를 적응 기간으로 봤지만 구단에서는 '길게' 보고 있다. 정선민은 23일 현재 팀이 치른 10경기 중 절반인 5경기에만 출전했다.

그것도 경기당 기용시간은 6.4분, 경기당 1.2득점을 올렸을 뿐이다. '1년 후'는 올해 나이 29세의 정선민에게 멀게만 느껴진다. 답답해진 정선민은 친정 팀인 신세계의 이문규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

이감독은 "미국 팀은 감독이 결정하면 그대로 간다. 기다리는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라"고 충고했다. 이감독이 보기에 스톰은 가드인 수 버드와 골밑의 로렌 잭슨 위주로 운영되는 팀이어서 현재로서는 정선민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없다. 스몰 포워드로서는 키도 작고 슛거리도 짧으며 수비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도너번 감독이 앞으로도 정선민을 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선민이 '기회'가 왔을 때 눈부시게 활약해 존재 가치를 재인식시킬 수는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힘과 체력에서 달리는 정선민이 미국 농구 스타일에 적응할 시간은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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