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 추진 인터넷 포털社 담당 회계사 돌연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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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코스닥 등록 심사를 앞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드림위즈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가 "무리한 회계처리를 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해 코스닥위원회가 이 회사에 대한 예심을 연기하고,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가능성을 조사하기로 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7시4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S아파트 706동 앞길에서 이 아파트 21층에 사는 裵모(32)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裵씨의 부인은 경찰에서 "며칠 전부터 회계를 잘못했다며 괴로워하던 남편이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고 말했다.

裵씨의 노트북 컴퓨터에서 발견된 A4용지 넉장 분량의 유서는 "돌이켜 보니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을 듣고 가능한 회계처리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 무리가 많았다"고 적고 있다.

이어 "2001년 보고서에 대한 감리를 받기 위해 조서를 정리하던 중 발견한 사항이라 재무제표 반영 결과에 대해 디펜스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했다"며 "최소한 2002년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제대로 수정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회사의 논리를 계속 인정해 버린 결과가 됐다"고 했다.

S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裵씨는 1998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 2001년부터 드림위즈의 회계감사를 맡았다. 裵씨의 회계감사 결과를 토대로 드림위즈는 2001년 코스닥 등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계속 등록을 시도했고, 裵씨는 최근까지 회계감사를 맡아 왔다.

裵씨는 이 과정에서 지난 17일 공인회계사협회 감리위원회에서 회계감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았다.

코스닥위원회는 裵씨의 자살과 관련, "드림위즈에 대해 추가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 25일로 예정된 예심을 연기한다"고 23일 밝혔다.

회계법인의 감사에 대해 감리하는 금융감독원도 "삼일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협회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아 검토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裵씨가 감리위원회의 담당자와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그 금액은 경미한 규모였으며 분식회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드림위즈의 등록심사가 연기되자 증시에서 이 회사의 지분 10%를 가진 LG(LG그룹의 지주회사)의 주가는 5백30원(5.4%) 내렸으며, 4.1%를 보유한 한국기술투자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벤처투자가 전문인 창업투자회사의 주가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도 주가지수가 1.44포인트 떨어지며 다시 50선 아래(49.36)로 주저앉았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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