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손목에 83억원! 파텍필립의 위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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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몸에 83억원을 지니는 방법은? 수표나 채권 등 종이로 된 것 말고다. 간단하다. 손목 시계다.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자선 경매가 이를 보여줬다. 세계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인 파텍 필립이 내놓은 5016A-010모델이 730만 스위스프랑(83억6900만원)에 팔렸다. 당초 추정가는 70만~90만 스위스프랑이었는데 8~10배가 넘는다. 두 명의 입찰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회사에선 “경매로 팔린 손목 시계론 최고가”라고 말했다.

이번 자선 경매는 시계 브랜드들이 단 하나만 생산한 시계(‘온리 워치’)를 물품으로 내놓는 것으로 모나코 국왕인 알베르 2세의 주도로 2005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수익금은 근육질환인 뒤셴근이영양증(DMD) 연구를 지원한다.

파텍 필립은 이번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주문생산한 5016모델을 내놓았다. 5016모델은 역대 파텍 필립이 생산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손목 시계의 최고봉으로알려졌다. 뚜르비용(최고급 시계 밸런스 시스템)과 미닛리피터(시와 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 수백 년 동안의 월·일·요일을 보여주는 ‘레트로 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달의 기울고 참을 보여주는 ‘문페이즈’ 등이 담겼다. 이번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중에선 드물게 스틸 케이스여서 희소성이 있다는 평가다.

파텍 필립은 앞서 두 차례 자선 경매에서도 최고가 낙찰 기록을 보유했다. 2011년 스테인레스 스틸 3939(미닛리피터 뚜르비용)은 140만 유로, 2013년 티타늄 5004는 295만 유로였다. 또 이와 별도로 가수 에릭 클랩튼이 소유했던 2499 모델이 경매에서 360만 달러에 팔린 일도 있다.

이번 경매에서 추정가 대비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건 롤렉스가 소유한 튜더 시계의 ‘헤리티지 블랙 베이’ 모델이다. 3500~4500스위스 프랑으로 예상됐으나 100배인 37만5000스위스프랑에 낙찰됐다. 1950년대 전문 다이버 사양의 시계를 2012년 리바이벌한 것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었다.

이번 경매엔 모두 시계 44점이 나왔는데 총낙찰 금액은 1120만8000 스위스프랑(128억5000만원)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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