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와 보톡스 결합 ‘세금 회피용’ 비난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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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호 18면

비아그라로 잘 알려진 미국 화이자와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엘러간 사이의 합병 추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합병이라지만, 실제론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거다. 화이자는 지난해 수익의 25.5%를 법인세로 냈다. 반면 엘러간이 부담한 법인세율은 14.5%로 11%포인트 낮다. 화이자가 엘러간을 인수해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면 그만큼 세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합병되면 화이자는 매년 10억 달러 정도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세금회피 논란의 중심엔 화이자의 최고경영자 이언 리드(62·사진)가 있다. 그는 최근 “세금이 살 길을 찾아나서도록 만든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블룸버그는 7일 “세금을 줄이려는 게 합병 동기”라고 전했다.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세금회피를 위한 기업 이전을 막겠다”고 한 바 있어, 합병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드는 화이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78년 입사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중동 담당 사장 등을 거쳐 2010년 CEO가 됐다. 그는 화이자를 다시 살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드가 CEO에 오르기 전 수 년 동안 화이자의 경영난은 심각했다. 고점일 때 비해 주가는 70% 이상 떨어졌다. 리드는 취임 후 구조조정과 영업 확대를 통해 실적을 냈고 주가는 다시 올라갔다.


화이자와 엘러간이 합쳐지면 시가총액이 3300억 달러 (약 380조원)에 달한다. 세계최대 제약사를 탄생시키는 초대형 합병이다. 이를 실현시키려는 리드의 앞 길엔 세금 회피 논란 외에도 내부반발·심사 등 장애물이 널려 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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