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햄릿’서 찾는 연극의 원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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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호 31면

고전 비틀기의 귀재 고선웅 연출과 국립극단의 첫 만남. ‘동양의 햄릿’이라 불리는 중국의 4대 비극인 ‘조씨고아’를 고선웅만의 무대언어로 재해석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조씨 가문 300명을 멸족한 도안고와 그의 양자로 키워진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 정발의 드라마틱한 복수극을 그린다. 그러나 복수의 카타르시스보다 씁쓸한 공허가 강조된다. 과연 ‘복수’란 원한을 후련하게 푸는 수단일까. 복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유랑극단과 같은 간단한 무대에 자연광 조명, 상상력을 극대화한 소품을 사용했던 원대 잡극의 특성을 살려 연극의 원형에 근접한 무대로 꾸몄다. 암전이 거의 없이 장면 전환이 그대로 노출되고, 검은 부채를 든 ‘구로코’가 인물의 퇴장과 소품의 이동을 진행하며 연극성을 강조한다. 장두이, 하성광 등 연극계 대표 배우들이 선보이는 ‘선수들의 학예회’. 고선웅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과 비극 속에 내재된 희극성을 극대화했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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