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학교 앞 문방구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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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이들에게 학교 앞 문방구는 별천지 같은 곳입니다. 아이들 눈으로 보면 신기하고 흥미로운 물건이 많이 있는 유혹적인 시장입니다.

맛 있는 군것질 거리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용돈으로 물건을 삽니다. 때론 친구에게 사주기도 하고, 친구가 사주는 것을 받거나 얻어 먹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문방구 쇼핑은 그 자체가 생활의 한 부분이며,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사교의 장(場)이기도 합니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군것질이나 자질구레한 장난감 등을 구입하라고 용돈을 주는 것은 아닐 테지요. 하지만 그런 부분 역시 자녀들에겐 엄연히 경제활동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용돈의 상당 부분을 친구들과의 식사나 술값.담뱃값 등으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이런 이유로 자녀들의 구매 행위를 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용돈을 올바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해주시기를 권합니다.

우선 '적절한 배분'과 '절제'가 필요함을 일깨워주십시오. 한정돼 있는 용돈으로 무언가를 사면 다른 것을 살 수 없게 되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렇게 쓰다가 꼭 필요한 물건을 살 돈이 모자라게 되면 부모님께선 절대로 돈을 보충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세요. 또 그 원칙을 지키셔야 합니다.

아이들의 구매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더 좋습니다. 이를 통해 가격과 포장에 적힌 내용을 꼼꼼히 살핀 뒤 구입하도록 이끌어주세요.

부모님께서 사주시는 물건과는 어떻게 다른 지도 설명해 주세요. 장난감을 고를 때, 음식물을 선택할 때 어떤 것들을 눈여겨봐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라는 말입니다. 부모님들께서 무조건 어른 기준으로 아이들의 물건 사기를 막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더구나 용돈에는 아이들에게 재량권을 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아이들의 물건 구입에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권리 침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용돈을 주는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한편 장난감을 사거나 군것질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서로 돈을 빌려주거나 빌리기도 합니다만, 내버려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칫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빚을 내거나 과소비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일 꼭 사고 싶은데도 용돈이 부족하다면 욕구를 참고 용돈을 모아야 한다고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정훈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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