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건강] 한약으로 척추뼈 되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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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서양의학이 홀대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퇴행성 척추질환에 쓰였던 양근탕이나 청파전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한 치료효과에도 불구하고, 약물의 성분과 작용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않아 서양의학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 한용남 교수팀과 자생생명공학연구소 안덕균 박사팀은 23일 한약재 구척(駒脊)에서 뽑아낸 '신바로메틴'이라는 물질이 골관절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 최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물질 특허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한방 생약성분이 뼈의 재생물질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는 처음이다. 특히 이 물질은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효과가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 없는 생약 전문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신바로메틴은 오랜 임상경험에서 이미 예견됐던 물질이다.

양근탕과 청파전은 자생한방병원(원장 신준식)이 퇴행성 골관절환자에게 처방해온 약물. 병원 측은 이들 한약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1998년 코리아리서치를 통해 환자 4백26명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척추염 환자의 74%, 디스크가 부은 환자의 70%, 허리디스크 환자의 69%가 정상생활이 가능했다고 응답했다.

병원은 99년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추나약물 연구를 시작했고, 한교수팀이 2000년 8월 두 처방전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 구척에서 3종의 단일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중 CBB-13만이 신규물질로 확인돼 신바로메틴으로 명명했다는 것이다. 한교수는 "척추디스크를 유발한 쥐에 신바로메틴을 6개월간 0.25㎎/㎖ 투입했더니 파괴된 뼈가 재생되고, 디스크 파괴가 85% 회복됐으며, 쥐는 3개월 뒤부터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골다공증 회복과 염증억제 작용, 신경 재생능력을 보는 실험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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