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장 단독후보 "나는 레즈비언" 커밍아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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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제58대 총학생회에 단독 출마한 김보미(23ㆍ여ㆍ소비자아동학부 12학번)씨 [사진=서울대 선거운동본부 제공]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장에 단독 출마한 김보미(23·소비자아동학부)씨가 5일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7시 교내에서 열린 간담회서 출마 이유를 밝히며 “서울대가 구성원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저는 레즈비언이라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의 성적지향은 사적 영역의 이야기, 굳이 선거 출마를 결심하며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교생활에서 성적지향은 필연적으로 언급될 수밖에 없으며 그때마다 사실 그대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얼마 전 커밍아웃한 애플의 CEO 팀 쿡의 말처럼 성적지향을 사적 영역의 문제로 두기를 포기함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포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를 시작으로 모든 서울대학교 학우들이 본인이 속한 공간과 공동체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불문하고 힘을 모아 일해 나가는 동료라는 점을 확인하고 싶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 40여명은 김씨가 커밍아웃을 하자 수차례 박수를 치는 등 응원하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57대 총학생회의 부총학생회장이었던 김씨는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 그간 ‘서울대 교수 성희롱·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행동’ 학부생 대표,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기구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해왔다. ‘다양성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란 문구가 김씨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슬로건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치러진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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