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래하는 국회의원' 김장실, 카네기홀 무대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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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실 국회의원 사진=중앙일보 박종근 기자]

‘노래하는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김장실 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이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선다. 무대는 3일(현지시간) ‘대중가요로 본 한국 근대사회의 발전상’이란 토크 콘서트다. 그는 ‘이별의 부산정거장’‘비내리는 호남선’‘동백아가씨’ 등 히트곡 7곡을 부르고 해설도 한다. '국회의원'과 '대중가요', 흔치 않는 조합의 인연이 궁금했다. 공연을 앞둔 그를 뉴저지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대중가요와의 인연은.
“고향이 남해 상주다. 소먹이고 풀 베러 다니면서 늘 유행가를 들었다. 결정적인 것은 여객선이었다. 여수와 삼천포를 오가는 여객선은 당시 히트곡을 크게 틀었다.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며 다녔다. 동요보다 유행가가 더 몸에 익었다.”

그는 1980년대 말 미국 유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대중가요의 의미를 제대로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소규모 모임에서 ‘한국 대중가요의 정치사회학’이란 강연을 했다. 히트곡 테이프가 있으면 틀고, 없으면 직접 노래를 불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후 귀국해서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하면서 대중가요가 시대정신의 반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슨 의미인가.
“대중들의 소망·경험·희망·울분을 종합한 것이 시대정신일 것이다. 시대정신과 연관돼 일어난 정치·사회적 사건과 시대정신을 잘 담은 가요를 조사해봤더니 딱딱 들어맞더라. 시대정신을 잘 반영한 노래라야 히트한다.”

김 의원은 시대를 대표하는 가요로 ‘귀국선’(40년대),‘이별의 부산정거장’(50년대),‘동백아가씨’(60년대),‘돌아와요 부산항에’(70년대)를 각각 꼽았다.

한국인에게 대중가요란.
“우리 만큼 굴곡 많은 삶을 산 민족도 별로 없다. 지난 100년간 나라를 잃고 식민지가 됐다가 해방되고, 동족 간 전쟁을 겪었다. 비참하게 살다가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이뤄냈다. 그간 가슴에 쌓인 한과 기쁨을 풀어낸 것이 대중가요다.”

그는 “요즘의 K팝도 1920년대부터 누적된 대중음악의 토대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K팝이 세계적 음악이 되려면 그 바탕에 깔린 대중음악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김 의원 자신도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남해의 집은 두 누나가 기아로 숨질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도 어렵사리 공고를 나와 지방대에 진학했다(경남공고-영남대).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인천-뉴욕 간 직항 국적 항공기 대신 일본 나리타를 경유하는 미국 항공기를 이용했다. 항공료가 좀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맨해튼 대신 뉴저지에 호텔을 잡았다.

대학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100여 차례 대중 강연을 한 그의 레퍼토리는 1920년대 ‘사의 찬미’부터 80년대 후반 ‘남은 이야기’까지를 아우른다. 그는 “90년대로 가면 랩이 가미되면서 취향이 맞지 않아 배우질 못했다”며 “80년대까지가 한계”라고 했다.

2일 리허설을 마친 그는 “평소 강연 때는 노래방 기계를 갖다놓고 노래를 부른다”며 “재즈 밴드에 맞춰 노래하려니 익숙하지 않았는데, 차츰 몸이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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