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일군 '9년만의 대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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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통산 3백호째 홈런를 터뜨리는 순간 3백발의 축포가 터져 신기록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승엽의 3백 홈런이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이 홈런에 붙은 세계 최연소(만 26세10개월4일) 3백 홈런이라는 거창한 수식어 때문이 아니다. 대기록을 앞두고 상대 투수의 철저한 견제, 홈런에만 쏠린 관중의 관심 등 모든 부담감을 뛰어넘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거둔 승리였기 때문만도 아니다. 이는 바로 오랜 시간 정진하는 구도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했던 땀이 배인 소중한 결실이었다.

이승엽은 1995년 고졸 출신으로 삼성에 입단한 뒤 그해 5월 2일 광주 해태전에서 이강철에게서 데뷔 1호 홈런을 때린 후 지금까지 9년간 한 단계씩 꾸준히 성장해 왔다. 93년 경북고 시절 우수투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재능있는 투수였던 이승엽은 투수로 프로에 입단한 후 타자로 전향했다. 야구 인생이 걸린 진로의 변화를 이승엽은 부단한 노력으로 이겨냈다.

99년 한 시즌 최다홈런(54개)을 기록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슬러거로 성장한 이승엽은 성공 이후에도 줄기찬 변신 노력을 기울였다.

성실한 훈련 태도와 모범적인 사생활 등으로 부상없이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지켜왔다는 것도 이승엽의 오늘을 있게 했다. 이승엽의 3백 홈런은 2백99호에 한개를 더 보탰다는 단순히 의미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한결같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정진해온 땀의 결실이다.

대구=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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