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심장이 멈췄을 때 내 가슴에도 구멍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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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반드시 살려낸다. 박동혁 상병의 숭고했던 행동을 전해들은 우리 군의관들은 암묵적으로 동감하고 있었다.…결국 9월 20일 금요일 새벽에 젊은 심장은 마지막 박동을 끝냈다.…충무무공훈장이 수여됐다. 하지만 그는 꿈꿔왔을 나머지 인생을 하늘로 가져가야 했고, 그의 부모님은 아들을 잃었다. 그와 만났던 군의관들의 가슴에도 구멍이 났다 '.

지난해 발생한 서해교전 때 군의관으로 부상병을 치료했던 의사가 당시의 느낌을 적은 글이 인터넷에 올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당시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이던 이봉기(李鳳基.34.사진은 군의관 시절)씨가 쓴 '유진아, 네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라는 제목의 수필이다. 이 글은 의료전문지 '청년의사'가 최근 주최한 제2회 한미수필문학상에서 장려상에 뽑혔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임상전문의로 근무 중인 李씨는 글에서 '그렇게 오전을 보낸 가운데…생존자 중 가장 많이 다친 朴상병을 접하게 된다. 파편이 배를 뚫고들어가 장을 찢었고, 등으로 파고들어간 파편은 등의 근육과 척추에 박혀 있었다. 등과 옆구리는 3도 화상으로 익어 있었다. 참수리 357호 의무병이었던 朴상병은 다른 전우들을 치료하기 위해 몸을 숨기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李씨의 글은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로서 느낀 생각들을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갖가지 대의명분으로 치장해도 전쟁은 부서지는 육체와 영혼을 제물로 삼아야 한다. 전장에서 맞닥뜨려야 할 맹목적인 폭력들. 그리고 잇따르는 수많은 비극. 이를 막기 위한 소위 '전쟁억지력'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를 군인으로 만들고, 더 많은 무기를 갖춰야 하는 또 다른 아이러니…'. 李씨는 "전쟁은 폭력의 가장 거대한 형태"라며 "꿈 많은 젊은이였던 朴상병의 실존의 무게를 많은 사람과 공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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