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두 가문 3代 인연 소재 소설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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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끝없이 얽혀 있는 한국과 일본 간 역사의 실타래를 화해와 협력의 코드로 이해하게 하는 데 제 소설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한.일 두 가문 사이의 3대(代)에 걸친 인연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동백숲 큰 소나무'를 펴낸 동신대 정석홍(鄭錫弘.67) 교수의 바람이다.

통일부에서 27년간 근무하고 1997년 남북회담사무국 상근대표로 퇴직한 그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건 퇴임 1년 전. 고향인 전남 해남에서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퇴근 후 학원에 나가 시나리오 작성법을 배웠습니다. 자식뻘 되는 젊은이들이 '습작 정도라면 몰라도 본격적으로 손대시는 건 무리'라고 걱정하더군요. 하지만 학원을 한번도 빠지지 않았어요."

그는 99년부터 자료 수집과 집필에 들어갔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소설의 무대인 일본 도쿄(東京) 등지를 현지 답사하기도 했다. 鄭교수의 소설은 항일.애국운동가인 정동열과 일본인 경찰주재 소장 아오키 긴타로(靑木金太郞)의 인간적 결연이 손자대에 내려와 정해영과 아오키 료마(靑木龍馬)의 결혼으로 이어지는 줄거리다. '동백숲 큰 소나무'는 '조선의 해방'을 상징한다.

칠순 가까운 나이에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한 鄭교수는 일본판 번역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한.중.일 3국 관계를 소재로 한 소설도 쓸 계획이다.

풀코스 여섯차례 완주를 포함해 17번이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 鄭교수는 "요즘 들어 '인생은 육십부터'란 말이 더욱 실감난다"며 검게 그을린 근육질의 팔뚝에 힘을 주었다.

글=이영종,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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