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남긴 조흥은행 협상 타결] 파업이 남긴 말 말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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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조흥은행의 매각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말들이 많았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조흥은행 지분 일괄매각 방침을 밝힌 이후 8개월여 동안 조흥은행 문제가 꼬인 데는 이런 '말'들도 한 몫을 했다.

2003년 1월 7일 재정경제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조흥은행 매각은 현 정부에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부터 조흥은행 매각 문제가 새롭게 불거졌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1월 말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조흥은행 노조가 1월 14일 회동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노조가 동의하는 기관에 실사를 맡겨 그 결과를 놓고 판단하자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분란의 불씨는 타올랐다.

그러나 김진표 부총리는 2월 27일 "제3자 실사를 빨리 마치고, 예정대로 조기 매각하는 것이 목표"라며 매각 방침을 재확인했다. 실사에 따른 협상이 진행되면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4월 29일 "(신한회계법인 실사 결과)조흥은행 값어치가 실제 가치보다 너무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매각방침이 굳어지는 듯하자, 다급해진 노조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월 2일 조흥 노조와 만나 "(청와대가) 더 이상 개입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계속 청와대를 물고 늘어졌다. 6월 9일 조흥은행의 한 노조원은 매각심사 소위원회가 열리는 예보에 진입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들을 향해 "청와대에도 들어가는데 너희가 뭐라고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느냐"고 소리쳤다. 파업 마지막날인 22일에는 더 많은 말들의 성찬이 이어졌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는 노조의 반대에 흔들리지 않고 조흥은행 매각이라는 구조조정을 관철시킴으로써 법과 원칙을 지킨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후한 자평을 했다.

라응찬 회장은 "앞으로 조흥은행을 서자(庶子) 취급하지 않겠다"며 조흥노조를 달랬다.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은 "통합은행장 추천권만을 빼고 고용안정 보장, 대등합병 원칙 등 다른 것을 다 얻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비교적 공정했다"며 정부를 다독이는 여유를 보였다.

장세정.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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