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정부, 노조 반발해도 할건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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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제 개혁에 대해 노조가 강력히 반발해온 프랑스 대규모 파업사태가 노조의 시위가 수그러듦으로써 중요한 고비를 넘게 됐다.

프랑수아 피옹 노동부 장관은 21일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연례 전국회의에서 "역사적인 개혁이 전환점을 돌았다"고 말해 사실상의 연금개혁 승리를 선언했다. 이는 20일 벌어진 노동계의 연금개혁 반대 파업과 시위 규모가 크게 움츠러든 데 따른 것이다.

이날 12일째를 맞은 교육계 파업에서는 교사들의 파업 참여율이 12%에 그쳤다. 이는 40%까지 이르렀던 지난달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하철과 철도 등 운송노조의 경우도 파업 참여율이 8%에 불과, 거의 모든 구간에서 정상적인 운행이 이어졌다.

프랑스는 다음달 여름 휴가가 시작됨에 따라 2개월째 계속됐던 노동계의 연금개혁 반대 투쟁은 앞으로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다음달 초 개혁안의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사회당이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UMP가 프랑스 상.하 양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의 연금제 개혁안 통과가 확실시된다.

노동계는 일단 '투쟁 계속'을 천명하고 있다. 휴가가 끝나는 9월에 투쟁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의 베르나르 티보 사무총장은 "정부가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라며 "잘못된 법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쳐져야 한다"며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반대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의 대부분이 연금제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일단 법안이 통과되면 노동계의 반대 투쟁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며 거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강조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우파 정부가 이번 연금개혁안을 입법화할 경우 우파로서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주요 사회개혁에 성공하는 셈이다. 프랑스 우파는 대통령과 의회를 함께 장악했던 1995년 연금제 개혁을 시도했다가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실패하고 이어 97년 총선에서 사회당에 정권을 내줘 좌우 동거정부를 구성했다.

정부와 UMP는 연금개혁 승리의 여세를 몰아 올 가을에 사회보장.교육.정부 부문에까지 개혁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연금개혁 승리로 여권 안에서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입지가 대폭 강화됐으며, 우파는 내년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사회당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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