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영화천국] 영화배우 3大 거짓말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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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도 거짓말을 한다. 그들도 사람인데 안할 이유도, 못할 까닭도 없다. 오늘은 기자가 취재하다 접한 배우들의 3대 거짓말을 소개한다.

물론 배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니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마시라. 철새 정치인의 말 바꾸기처럼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치는 것도 아니니 스타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돋보기쯤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TV 보다는 영화에 전념할래요." 심할 경우 녹화 한두 시간 전에 대본이 나오는 열악한 방송 여건이 정말 싫다고 하는 배우들을 이따금 만난다. 그들은 그러면서 슬쩍 영화배우로서의 상대적 우월감을 내비친다.

서둘러 뚝딱 뚝딱 찍는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좀더 '예술'에 가깝다 할 수 있으니 이들의 자부심이 영 근거없는 건 아니다(영화는 TV보다 화면도 크다!).

하지만 예술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것도 진리다. 최근 충무로에서 여의도로 발길을 옮긴 남자배우 A씨와 B씨. 평소 TV 출연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그들이 말을 바꿔탄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영화가 아무리 히트해도 드라마 한편 찍는 것보다 인지도는 덜 오른다. 인지도가 올라야 수입이 짭짤한 CF로 이어진다. A씨 역시 최근 CF 한 편을 찍고 마음이 흔들렸다는 게 주변의 전언. 최근 급상승한 드라마 출연료도 이러한 '말 바꾸기'를 부추긴다. "돈이 되거나 보람이 있으면 TV.영화 안 가립니다"가 훨씬 진심에 가깝다.

"촬영장 분위기 정말 좋았죠." 라는 건 영화사 측의 공식 입장일 경우가 왕왕 있다. 지난해 오랜만에 멜로 영화를 찍었던 남자배우 C씨에게 "오프 더 레코드로 할테니 상대 여자배우에 대해 말해달라"고 청하자 "카메라만 딴 데로 돌아가면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카메라 앞에서는 연인 사이, 카메라 뒤에서는 웬수 사이였다? 그 뒤론 신문에서 그들이 다정하게 껴안은 인터뷰 사진을 볼 때마다 왠지 닭살이 돋는 듯했다. 어디 그 둘뿐이겠는가.

"이 영화 실패하면 다시는 영화 안 찍습니다." 멜로 영화 '나비'가 23번째 출연작이라던 김민종. 그는 지독히도 영화 흥행에는 운이 없었다. '나비'개봉 전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영화를 위해 멀쩡한 이빨을 뽑는 열의까지 보였지만 결국 영화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그는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이 연출하는 '낭만자객'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에게 "다시는 안 찍는다며?"라고 종주먹을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거짓말은 배수진 치고 전력을 다하겠다는 배우의 굳은 결의로 헤아려야 하니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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