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8월 '35주년 무대'… 함께 팔 걷은 신해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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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나깨나 8월 30일 열릴 데뷔 35주년 공연 생각 뿐이죠. 조명은 어떻게 할까, 밴드는 어느 위치에 둘까, 제 1 ,2 무대는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려니 결정할 게 너무 많아요." (조용필)

"지금까지 잠실 주 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한 공연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야말로 이 장소를 어떻게 사용하면 '공연'이 '예술'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줄 겁니다. 후배들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신해철)

가수 조용필(54)씨와 신해철(36)씨가 만났다. 공연 '더 히스토리' 얘기로 대화를 여는데 신씨가 더 진지하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틈만 나면 만나 술잔을 함께 기울일 만큼 돈독한 사이. 그러나 이번 조씨 공연을 앞두고는 그 이상의 마음 씀씀이를 보였다. 신씨는 특별 게스트로 서는 것으로도 모자라 구성작가 팀의 일원으로 돕기로 했다.

◆가요제 출연자와 심사위원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 열린 1988년 대학가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씨는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신씨가 밴드 '무한궤도'의 리더로 이 가요제에 출전했던 것. 조씨는 "내가 밴드('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활동을 한 때문인지 해철이에게 왠지 마음이 기울었다"며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며 인기가 올랐을 때 공부하러 떠날 줄도 알았던 해철이는 든든한 후배"라고 말했다.

"어느날 선배가 집으로 부르더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너는 내 후배이기 전에 동료다. 내가 너를 추격하기 위해 노래한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어요. 그런 '엽기적인' 말을 듣고 나면 한 6개월은 정신이 바짝 들어요." 신씨의 설명이다.

신씨는 가수 조용필에 대한 동경이, 자신이 가수가 되어서는 진짜 '존경심'이 되었다고 말한다.

"적어도 선배는 후배들에게 '돈 벌려고 음악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죠. 갈수록 세상은 속물적으로 변하는데 선배에게는 여전히 '음악'이 우선인 거예요. 제게 '아티스트'로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신씨는 마침 지난 13일 장충체육관에서 '무붕 콘서트'라는 제목의 대형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조씨에게 신씨의 공연을 봤느냐고 물으니 신씨가 먼저 말을 가로막았다. "온다고 했는데 제발 오지 말라고 부탁 드렸어요. 아무래도 형님이 오면 저는 물론이고 전 스태프가 다 얼어버릴 것 같아서요."그가 선배인 조씨를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 가수는 연기자가 아니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아 무대에선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신씨지만 조씨 앞에선 "나는 햇병아리"라며 못내 쑥스러워했다.

"92년 께던가. 가수로 오래 남으려면 TV 출연에 연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 그래서 공연에 매달렸지. 한 2~3년은 많이 힘들었지. 사람들은 TV에 안나오면 활동을 접었나 생각하잖아." (웃음)

"사람들은 과거 얘기를 잘 하는데 난 그게 너무 따분해. '과거는 그냥 묻어 두는 것이다'라 생각해. 옛날 일보다는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는 게 훨씬 재미있거든. 다음 음반을 생각하고, 다음 무대를 설계하고…." 조씨의 얘기는 어느새 다시 '공연'으로 돌아간다.

신씨는 "선배와 밤새워 술마셔도 집에 돌아와 보면 결국 모두 음악 얘기였다는 사실에 고개를 절레 절레했다"며 "그래서 선배 별명이 독사"라고 귀띔해줬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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