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日 공포영화 '주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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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공포영화 시즌에 합류한 일본 영화 '주온'은 무서운 듯 무섭지 않다. 순간적 전율은 강력하나 전체적 섬뜩함은 약한 편이다. 이유는 하나다. 한을 품고 죽은 원혼(寃魂)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무차별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꼭 그토록 죽어야 했을까. 의문이다.

모르겠다. 어쩌면 현대 사회의 정신적 병리 현상일지…. 감독이 이런 점을 겨냥했다면 '주온'은 꽤나 오싹한 영화다.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처럼 개인의 원한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퍼붓는 이 시대 정신질환의 은유라면 말이다.

얘기가 조금 빗나갔다. '주온'은 한자 '주원(呪怨)'의 일본식 발음이다. 강한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의 혼령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내리는 끝없는 저주를 뜻한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본인도 죽은 채로 발견됐던 2층집을 배경으로 죽음의 릴레이가 시작된다. 그들의 다섯살 난 아이는 실종 상태다.

그 집의 사연을 모르고 새로 이사해온 젊은 부부, 그 부부의 여동생과 어머니,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일가족, 5년 후 문제의 집을 방문한 자원봉사자와 그의 친구 등 숱한 사람들이 정체 불명의 귀신 앞에서 한명 한명 죽어간다.

부엌에서, 이불 속에서, 다락방에서, 엘리베이터 출입문 등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검은 형체와 어린 아이가 내는 고양이 소리, 삐걱대는 나무 계단 소리 등의 괴성이 말초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그래도 남는 건 약간의 허무함. 충격 요법으론 공포가 완성되지 않는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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