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택배 문제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자대표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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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이 입주자 대표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비실에서 택배를 찾아가는 시간을 놓고 벌인 다툼이 화근이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30일 살인 혐의로 아파트 경비원 김모(67)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도 시흥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입주자대표 정모씨(69)를 흉기로 두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다.

이날 피해자 정씨는 경비실에 있던 김씨를 관리사무소로 불렀다. 김씨 등 아파트 경비원들이 아파트 게시판 등에 ‘경비실에 보관된 택배를 주민들이 찾아가는 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붙인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김씨 등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상의해 지난 26일 공고문을 붙였지만 정씨가 28일 이를 모두 떼어낸 상태였다.

관리사무소 쇼파에서 김씨를 마주한 정씨는 “입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해 택배 수령 시간을 제한하지 마라”고 했고, 이에 김씨는 “다른 아파트는 오후 10시로 제한한 곳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정씨가 “그럴 거면 경비원을 그만 두라”고 하자 이에 격분한 김씨가 갖고 있던 손톱깎이에 달린 칼(10cm)로 정씨를 찔렀다. 관리사무소에는 이들과 소장·여직원 등 4명이 있었다.

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전 11시10분쯤 숨졌다. 범행 후 경비실로 돌아와 있던 김씨는 경찰에 순순히 체포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홧김에 그랬다. 평소에 정씨의 간섭이 심해 경비원들이 석 달 이상 버티질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시흥=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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