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일터] 게임 감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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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PC방 네트워크 협력업체인 사이어스(www.cyers.com)의 김종길(30.사진) 과장은 회사에서 하루종일 컴퓨터 화면을 보며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정보를 검색한다. 그것도 당당하게 즐긴다. 오히려 근무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안된다.

그의 이름 앞엔 항상 '게임 감별사'란 단어가 붙는다. 온라인 게임들이 나오면 직접 이용해 보고 '대박'을 터뜨릴 만한 작품을 골라내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느낌이 오는 게임은 2천여 PC방 체인점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 선보인다.

그는 대학 3학년때(1998년) '스타크래프트'에 접하면서 게임에 빠졌다. 재미로 시작했던 게임은 99년 9월 PC방 네트워크사인 게토에 입사하면서 일터로까지 확대됐다.

이때 국내에선 처음으로 게임감별사 칭호를 받았고, 지난해 8월 사이어스로 영입돼 기획.마케팅 업무까지 맡으면서 '게임 컨설턴트'가 됐다.

유능한 게임 감별사가 되려면 '왕도'가 없다고 김 과장은 말한다. 새 게임이 나오면 무조건 이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출근하면 게임 관련 웹진을 읽으면서 최근 개발된 게임과 그 평판 등 관련 정보를 꼼꼼히 챙긴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게임을 즐기면서 그래픽(이미지)과 속도(기술).대중성(재미) 등을 체크한다. '히트 예감'이 드는 게임은 개발업체를 찾아가 마케팅부터 투자.홍보까지 지원하는 사업제휴를 추진한다.

얼마 전 꽤 괜찮은 게임을 발견하고도 제휴에 실패해 다른 인터넷 업체로 사업권이 넘어간 일을 놓고 밤잠을 설칠 정도로 그의 게임 사랑은 뜨겁다.

김과장은 "게임은 시장잠재력이 엄청나 앞으로 게임감별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게임 전반을 총괄하는 전문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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