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벤치마킹] 기아자동차 '서포터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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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기아자동차는 자기 주장이 강해 조직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신세대 신입사원들을 위해 '서포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연수를 마치고 현장 부서에 배치되면'형'역할을 해줄 선배를 서포터로 만난다. 대부분 대리급인 서포터는 4개월 동안 후배가 회사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고충 등을 상담해준다.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기아차 본사 6층 휴게실. 신입사원 고병수(29.원가기획팀)씨와 서포터 김대희(33.회계팀)대리는 '오피러스'의 원가 산정 과정을 주제로 토론했다.

고씨는 "회사 선배와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할 수 있어 너무 좋다" 며 "인간적 믿음과 신뢰가 싹트니 선배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일에 대한 열의가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김대리는 "회사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좋은 동생이 생겨 내가 오히려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신입사원은 근무시간에 서포터를 수시로 만나는 것 외에 회사가 월 1회 이상 지정하는'서포터의 날' 미팅에도 참가한다. 서포터들의 주관으로 열리는 이 모임은 보통 퇴근 후에 양재동 패밀리레스토랑 등 회사 인근 식당에서 맥주잔을 앞에 놓고 열린다.

가볍게 술 한 잔 기울이며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 신입사원과 서포터는 학창시절 선후배처럼 사내외 생활에서 어렵거나 힘든 점을 터놓고 주고 받는다. 지난달 16, 17일 대부도에선'신입사원과 서포터 워크숍'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1박2일 동안 보트 탐사와 갯벌축구, 체력훈련(사진) 등을 통해 선후배간 거리감을 없애고 다정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기아차가 기업문화에 익숙지 않은 신입사원을 건전한 조직원으로 키우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지난해 4월부터 실시됐다.

그 이전엔 신세대들이 회사에 들어오면 기존 제도와 분위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물론 얼마 가지 않아 중도 퇴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문화도 제대로 전수하지 못한 채 신입사원 10주 교육(연수) 비용을 그냥 날려버리는 셈이다.

기아자동차 인사팀 한성권 부장은 "서포터 제도를 실시한 이후 신입사원 조기 퇴직률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앞으론 중도 퇴직 등 조기 이탈 방지 목적이 아니라 조직 내 우수 인재 육성에 더욱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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