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노예제도 과거사 반성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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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덕 특파원

프랑스에서 노예제도 과거사 반성이 한창이다.

"1848년 폐지한 노예제도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 '노예제도를 기억하기 위한 위원회'(노예~위원회)는 지난 12일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에게 "5월 10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노예제도 내용을 초.중등 교과서에 반영하자"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5월 10일은 2001년 노예제도와 노예무역을 '반인류적 범죄'로 규정한 '토비라 법안'이 프랑스 의회에서 통과된 날이다. 프랑스 정부는 '토비라 법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예~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프랑스는 해외 식민지 개척과 함께 노예제도를 도입했다가 1794년 폐지했다. 나폴레옹에 의해 1802년 부활됐으나 1848년 최종적으로 폐지됐다. 1998년 노예제 폐지 150주년을 맞아 파리에서 대규모 행진이 벌어지면서 새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노예~위원회'의 프랑수아즈 베르제 부위원장은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 줄곧 거대한 침묵이 계속됐다. 어떤 사건이든 오랜 시간 방치해두면 잊힌다"고 강조했다. 또 "수치스러운 역사라고 덮어두고 있어서는 안 되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더 이상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다"며 기념일을 제정하는 의미를 설명했다.

'노예~위원회'는 내년 학기부터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 싣고, 학교마다 관련 문화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또 기념일을 전후해 1주일을 특별 강조 주간으로 정할 방침이다.

지금 프랑스에는 과거 식민지 출신의 많은 이민자가 살고 있다. 프랑스가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과 국가통합을 이루며 사는 노하우는 과거사를 덮지 않고 바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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