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수활동비 줄인다더니 … 내년 예산 8891억 역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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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작성한 2016년도 예산안 중 특수활동비 예산이 8891억7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특수활동비를 올해(8810억6100만원)보다 80억4600만원 늘렸다. 증가 폭은 예년보다 감소했지만 총액 기준으로는 특수활동비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2001년 이후 역대 최고액이다.

국정원·국방부·경찰청·법무부
‘힘 있는 기관들’ 대부분 증액
국회엔 올해와 같은 83억 배정
“영수증 제출 않고 사용” 논란 많아

 특수활동비는 사용 이후 영수증이나 증빙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어 실제 얼마나 지출했고, 어디에 썼는지 파악이 안 된다. 정부 기관에서 마음대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어 ‘쌈짓돈’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5월엔 홍준표 경남지사가 여당 원내대표 시절 받은 국회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밝히고, 7월엔 국가정보원의 휴대전화 감청 논란 당시 특수활동비 사용이 문제가 되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잇따랐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내년도 예산안에 특수활동비 규모를 늘려 국회에 제출했다.

 기관별로는 국가정보원이 신청한 특수활동비 예산이 4862억89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특수활동비 예산안의 54.7%에 이른다. 국정원 다음으론 ▶국방부(1795억6600만원) ▶경찰청(1292억6000만원) ▶법무부(289억6600만원) 같은 사정(司正)기관이 2~4위를 차지했다.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특수활동비에 비해 국정원은 80억5300만원, 경찰청과 법무부도 각각 28억7600만원과 8억8000만원을 더 받게 된다.

 내년 예산안에서 많은 부처 및 기관들은 특수활동비를 올해 규모로 유지하거나 비판 여론을 의식해 감액하겠다고 했다.

 미래창조과학부(7억5400만원 감액)·국민권익위(300만원 감액) 등은 특수활동비를 깎았다. 감사원(38억5400만원), 국무총리실(12억4000만원), 국세청(54억4900만원) 등은 2년 연속 특수활동비를 동결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내년도 특수활동비로 책정한 예산은 3실(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실)을 합쳐 266억7500만원이었다. 올해와 같은 액수다. 하지만 국정원·경찰청·법무부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들’이 증액을 요구하면서 특수활동비 총액이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국회의 경우 올해와 같은 83억98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배정했다. 국회에 배정되는 특수활동비는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과 각 상임위 간사들에게 배분된다.

 국회의 특수활동비가 도마에 오르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9월 “국회의 특수활동비를 모두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면 (쌈짓돈)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원내대표단이 받는 특수활동비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면서 예결위 내에 특수활동비개선소위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수활동비 문제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여야도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를 멈췄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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