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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중 해양 대립 격화…美구축함의 난사군도 진입에 중국 '발칵'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해군 구축함이 중국의 인공섬 12해리(약 22㎞) 이내로 진입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미 국방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 해군 구축함인 라센함이 27일 오전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 12해리 이내로 항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한 이후 미군 함정이 그 영해에 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항을 모항으로 하는 라센함은 9200t의 알레이버크급 대형 구축함으로 1999년 7함대에 배치됐다. 지난 3월 한·미 연합해군 교류 확대와 독수리(FE)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나라 동해항에도 입항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항해에 정규 정찰 활동을 수행해온 미국 해군의 대잠초계기 P-8A과 P-3도 함께 투입됐다고 27일 전했다. 미국 정부는 그 동안 "인공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남중국해를 비롯한 모든 공해상에서 항해의 자유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미국 관리는 "이번 작전은 앞으로도 수 주 동안 계속될 것이며 베트남과 필리핀이 스프래틀리 제도에 건설한 시설물에 대한 정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축함 진입이 중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우리는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며 만약 사실이라면 미국 측에 마땅히 심사 숙고해 행동할 것을 권고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미국은)경거 망동해 공연히 말썽거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하이콴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AP통신에 "미국이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구실로 다른 나라의 주권과 안보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27일 현재 중국 군 당국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군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사일 원거리 타격 훈련을 실시하며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 훈련에 참가한 중국군이 방공미사일 시스템 훙치(紅旗)-9(HQ-9)을 발사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이 미사일은 길이 12.9m로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과 크기가 비슷하다. 항공기와 함께 전술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다. 2010년 9월 실시된 실험에서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필리핀은 이달 중순 "국제사회가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의 함정 파견 방침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베트남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 등대 설치 등에 대해 자국 주권을 침해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어 이번 미 군함의 남중국해 진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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