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명품관 대신 신관 … 면세점 면적 3배 늘린 신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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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세계DF 기자간담회에서 정준호 부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유커를 잡기 위한 일본과의 경쟁을 감안하면 도심관광 활성화는 필수”라면서 “신세계면세점이 도심관광 부흥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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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탈락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신세계그룹이 다시 한 번 명예회복에 나섰다. 석달전 면세점 입찰 실패의 문제점을 세밀하게 파악해 보완하는 한편 지역 상생 강화 등 차별성을 부각해 사업권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의도다.

자존심 대신 ‘점수 위주’ 전략
“지난 번 떨어지고 반성해보니
본관 좁아 운영 항목 점수 낮아”
남대문 일대에 530억 상생 투자

 신세계는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사업계획서 인사말도 직접 썼다”면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내 면세점 입찰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신세계는 명동 본점 신관 8~14층, 사무공간으로 쓰는 메사빌딩 3~7층과 10~11층 등에 연면적 3만3400㎡(약 1만100평) 규모의 시내 면세점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신세계가 명동 본점의 명품관(본관) 대신 신관에서 면세점을 열겠다고 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성영목 신세계DF 대표는 “(7월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떨어지고 나서 반성해 보니 본관은 (국내 백화점 사업이 시작된 신세계의 뿌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내부 면적이 9900㎡(약 3000평)에 불과했다”면서 “본관 내에 독립적인 보세창고와 물류 수송공간을 설치할 수 없어 ‘보세운영 관리 항목’에서 점수가 낮았던 것으로 분석돼 신관으로 위치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자존심을 꺾고 철저히 ‘점수 위주’로 전략을 바꾼 신세계는 자사의 강점인 남대문 상권과의 상생은 더 살리기로 했다. 신세계는 앞으로 5년간 530억원을 투자해 남대문 일대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남대문 시장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타 카테리나’나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같은 세계적인 전통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신세계는 또 그동안 추진해온 ‘국산의 힘’(국산 제품 부흥) 프로젝트를 강화해 메사빌딩 내 7개층 총 1만200㎡(3080평)을 모두 ‘국산의 힘 센터’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한류상품의 판로 확대를 도모해 실질적인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본점 신관에 입주할 면세점 중 2개층(11~12층)은 중소기업 제품 전용층으로 꾸밀 예정이다. 성 대표는 “신세계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5년간 10조원의 매출과 7조5000억원의 경제적 부가가치, 14만명의 고용창출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가 국내 최대인 롯데면세점 본점과 가까운 곳에 면세점을 추진해 ‘중복 투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성 대표는 ‘집적화 논리’로 대응했다. 성 대표는 “미국 뉴욕에는 맨해튼, 일본 도쿄에는 긴자, 홍콩에는 침사추이 등만 봐도 관광객을 모으는 것은 도심 지역 관광명소”라면서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가 될 면세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은 기존에 있던 3곳(롯데 본점, 롯데 월드타워점, 워커힐)의 면허에 대해 공개경쟁을 하는 형태다. 롯데와 SK네트웍스(워커힐), 두산, 신세계 등 4곳의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사업자 선정 발표는 다음달 7~8일 중 결정될 전망이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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