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농민들 겹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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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5년째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조충행(50.충남 서산시 해미면)씨는 최근 2천5백여평의 밭에 심어진 50여t 분량의 배추를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배추값이 폭락해 운송비조차 건지기 어렵게 되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확물을 폐기한 것이다. 조씨는 "수확을 앞둔 농산물을 갈아엎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의 채소 재배 농가들이 '3중고'를 겪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에다, 풍작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인건비마저 크게 올라 농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대전 노은농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추 한포기 가격은 20일 현재 2백9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1천원)보다 70% 이상 떨어졌다.

농협 충남본부 김철홍 과장은 "전국의 봄배추 재배면적(2만1천4백㏊)이 지난해(2만㏊)보다 7%가량 늘어난 데다 이상 고온으로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추값이 떨어지자 농협 충남본부는 농민 피해를 줄여주기 위해 도내에서 생산된 봄배추 7백여t을 kg당 90원에 수매한 뒤 폐기하고 있다. 상추.방울토마토.참외.수박 등 채소값도 폭락했다.

충북 충주시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추값은 상자당(4kg들이 상품 기준) 1천6백원으로 지난달 시세의 절반이다.

대전 오정.노은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방울토마토값은 이날 현재 5kg들이 상자당 5천원(상품 기준)으로 한달 전(1만6천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수박값도 개당 5천원으로 열흘 전 9천원보다 4천원이 내렸다.

모내기가 한창인 이달 충남지역 농촌의 하루 품삯은 남자 4만7천원, 여자 3만2천원 선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천원 정도 올랐다. 그마저 일손을 구하기 쉽지 않다.

포도농사를 짓는 임세빈(68.충북 옥천군)씨는 "이달 말까지 포도알을 솎고 봉지를 씌워줘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농촌 인구 고령화로 갈수록 일손이 귀해져 해마다 품삯이 오르고 있다"며 "일선 시.군에 4백19개의 일손돕기 창구를 설치, 농민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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