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편지] 대중출판면의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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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년전까지만해도 출판사들은 한 곳만을 쳐다봤습니다. 20대 초중반의 직장여성들, 단행본의 핵심수요층인 그들을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책 기획을 했었지요. 기억하실 겁니다. 예전 소녀 취향의 에세이류, 감상주의 문학서의 붐은 그런 구조 때문인데, 거기에서 벗어나 30~40대의 수요층을 창출해낸 것을 사람들은 일간지 북섹션들의 으뜸가는 역할로 꼽곤 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북섹션에 등장하는 책들이 다소 어렵다는게 독자들의 불만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는 눈높이 문제이고, 취향 차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우리 사회 교양계층의 취약성을 반영하기도 할 것입니다.

대학 인문교육이 부실하고, 따라서 교양계층 사이에 공유하는 정보량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지면의 독자층을 어떻게 잡을까가 매번 곤혹 스럽습니다.

어쨌거나 서평지면은 넓은 의미의 사회교육 역할의 일부를 맡아야할지 모르는데, '행복한 책읽기'는 독자에게 더욱 살갑게 다가가자는 뜻으로 이번 주부터 '대중출판' 지면을 꾸립니다.

범용성을 넓히려는 시도가 자칫 대중 추수주의로 흐르지않도록 노력을 하겠고, 동시에 S5면을 '지식. 교양'으로 꾸며 균형을 맞출까 합니다.

"찍을 책이 없어 인쇄소 윤전기가 놀고있다" 호황이던 지난해에 비해 단행본 매출액이 최고 50%까지 격감했다는게 요즘의 출판입니다. 빈혈을 넘어 출판업의 패닉 현상까지 거론되는 어제 오늘 지식산업 출판의 앞날에 걱정을 하지않을 수 없지만, 이번 주 '행복한 책읽기'지면을 꾸릴 재료는 일단 충분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조우석 출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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