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이드] '귀족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구한말도 아닌데 한국땅에서 왠 귀족? 알고보니 대한민국 1%에 해당하는 최상류층의 소비 행태, 그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정리한 책이다.

소득이 상위 1%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귀족 작위를 준 데에 불만일 사람이 적지않겠지만, 어쨌거나 이들 귀족들이 소비규모는 상당하다. 40세 이하 귀족계층의 평균 1회 쇼핑액수는 1백34만원.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상위 2% 고객이 총예금의 56.6%를 차지한다. 이런 통계 앞에서 상류층이 돈지갑을 자주 열수록 경제에 활기가 더해진다는 데는 이견을 달 수 없을 듯하다.

경제주간지 기자인 저자는 하나은행 PB(프라이빗 뱅킹), 명품 브랜드 집합소로 불리는 갤러리아 백화점, 고급도자기로 이름난 광주요 등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보수 색채가 강하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돈보다는 여유와 세련미를 추구하는 귀족 계층의 특성을 간파한 각 업체별 노하우를 사례별로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 PB와 동원증권의 마제스티 클럽은 고객의 재산증식만이 목표가 아니다. 앞으로 귀족 고객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충족시키는 '라이프 케어'까지가 목표로 하고 있다.

동원증권은 법률가.회계사.금융전문가가 팀을 이뤄 고객이 문제가 있다면 적극 대응하기도 한다. 이들은 철저한 비밀 보장, 고객에게 맞는 맞춤 서비스 등 상류층이 원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기때문에 성공했다.

외국 '명품'의 마케팅도 눈여겨볼만 하다. 몽블랑 만년필은 1987년부터 20달러 이하 상품은 전면 생산 중단하고 최고의 품질과 희소성을 가진 상품 개발에만 주력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 버버리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수시로 안부전화를 하는 것은 물론, 상품에 대한 할인혜택을 사전에 알려주는 식으로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귀족 소비자들의 특성 중 눈여겨볼 부분은 그들의 연령. 한번 쇼핑하는데 1백만원을 넘게 쓰는 40세 이하와 달리, 50세 이상은 평균 52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저자는 부를 직접 일군 부모 세대보다 70년대 이후 풍요에 익숙한 자녀 세대가 훨씬 소비에 너그럽다고 해석한다.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