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이드] '해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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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념 1.어릴 때는 괜찮았던 기억력이 성인이 되고 나서 뚝 떨어졌다.

사실: 아니다. 나이에 따른 기억력 차이는 없다. 기억력은 자극과 흥미의 문제다. 어린이는 백지인 상태로 주변세계를 접하므로 늘 흥미를 가지고 그 세계를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매너리즘에 빠져있기 때문에 자극이 적다. 무엇을 보아도 인상에 남지 않기 때문에 기억도 되지 않는 것이다.

대책: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지면 안된다. 익숙해지는 순간, 주변세계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통념 2: 좋아하는 것은 기억이 잘 된다.

사실: 맞다. 뇌속에서 좋고 싫음을 담당하는 것은 편도체이고 '이 정보가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것은 해마이다. 이 둘은 서로 이웃해 있으면서 많은 정보 교환을 맡는다. 감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때문에 흥미로운 일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대책: 어떤 일을 할 때 흥미를 유발하고 유지하는 방법과 기술을 강구하라.

'해마'는 이처럼 뇌에 관한 상식을 뒤집거나 상식의 근거를 밝히는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해마는 우리 뇌 속에 있는 새끼 손가락 크기의 기관을 말한다. 바닷물고기 해마처럼 생겼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소리,촉감, 지식 등의 모든 정보는 일단 해마를 통과한다.

해마는 이중 대부분을 버리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소수의 정보만 걸러서 뇌의 다른 부위에 저장한다. 이 책은 해마의 이런 독특한 기능을 중심으로 뇌의 신비를 구체적으로 대중적 언어로 설명해가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머리를 좋게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 핵심은 해마는 자극이 있어야 커지고 발전하고, 자극이 없으면 수축된다는 것이다. 해마에게 가장 자극이 되는 것이 공간 정보다.

방안의 한구석에서 다른 구석으로 옮기기만 해도 자극이 된다. 머리속에서 이동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해마는 자극을 받는다. 가장 큰 자극을 주는 것은 실제로 하는 여행이다.

두뇌 기능 일반에 대해서도 희망을 주는 이야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나이가 30,40대로 넘어가면서 머리의 성능이 크게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전에 학습한 것을 활용하는 능력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뇌의 하부구조는 20대 후반부터 정비되기 시작해서 서른이 넘을 때 부터 안정되고 촘촘한 연결망을 갖추게 된다.그러면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언뜻 보기에 관계가 없어보이는 사실들에서 연결고리를 찾아서 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인 답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향상된다는게 이 책의 주장이다.

이 책은 일본 도쿄 대학에서 해마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약학부 강사를 맡고 있는 이케가야 유지(33)와 카피라이터로 이름높은 이토이 시게사토(55)가 13시간 동안 나눈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전문지식과 숙련된 화술이 연결돼 부담없이 읽히는 게 장점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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