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창호, 박영훈은 종반의 장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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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32강전 C조> ○·박영훈 9단 ●·스 웨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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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보(135~152)=대체로 정상에 오른 프로들의 바둑은 밋밋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냉정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바둑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지지 않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때 승자는 이긴 것이 아니다. 패자가 진 것이다. 승인은 딱 짚어내기 어렵지만 패인은 모든 승부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기존의 질서에 저항하는 풍운아들이 있듯이 바둑 무림에도 ‘지지 않는 바둑’이 아닌 ‘이기는 바둑’을 추구해온 승부사들이 있다.

 프로의 관문을 통과하면 누구나 천재라고 불리지만 그것은 작은 울타리 안의 호칭에 불과하다. 프로의 격전장 안으로 들어가면 천재는 수재가 되고 수재는 보통 이하의 둔재가 되기도 하는데 ‘이기는 바둑’을 지향하는 천재들은 그 빛을 잃지 않는다.

 한국바둑에선 조훈현이 그렇고 이세돌이 그렇다. 이창호와 박영훈이 기존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종반 끝내기 영역을 특화시킨 장인(匠人)이라면 조훈현과 이세돌은 기존의 질서를 뒤엎고 처음부터 이기는 길을 질주한 반골정신의 천재다.

 좌상귀 쪽 공방에서 42부터 48까지는 모조리 선수. 49의 가일수까지 호되게 당했다. 48 다음 흑이 손 빼면 ‘참고도’ 백1로 곤란하다(a, c를 노리는 선수).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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