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서 나가라 vs 못 나간다 … 34층 관할권 놓고 신·신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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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左), 신동빈(右)

경영권 분쟁중인 신동빈(60)롯데 회장과 신동주(61)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연일 정면 충돌하고 있다. 양측은 20일 아버지 신격호(94) 집무실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누가 관할하느냐를 놓고 서로 정당성을 주장하며 첨예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동주측서 비서실장 해임하자
동빈측은 집무실서 퇴거 요구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처해 “호텔 34층은 업무공간이고 많은 고객과 투숙객이 출입하는 사업시설”이라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그가 설립한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들에게 퇴거하라고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지난 16일부터 신격호 회장의 집무실 관리에 들어가 롯데호텔과 공동 관리 형식을 취해왔다. 송 대표는 “회사는 법과 채용·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직원도 아니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들 다수가 무단으로 진입해 상주한다는 게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이날 “롯데 임직원이 아닌 사람들이 집무실에 있어 금일(20일) 오후부터 계열사들이 총괄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퇴거에 응하지 않을 경우 즉시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DJ코퍼레이션은 “집무실 퇴거요구는 신 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롯데그룹 창업주에 대한 정면 반박이며 무책임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지난 16일 신 총괄회장이 본인의 거처와 지원인력 관리를 신 전 부회장이 하도록 지시하는 내용 증명을 신동빈 회장에게 통고했다는 게 그 근거다.

 양측간 갈등은 전날 34층 집무실에서 ‘신동빈 사람’으로 분류되는 비서실장이 해임되면서 더 격화됐다. 앞서 SDJ코퍼레이션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19일 오후 7시30분,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서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이일민 전무를 불러 해임을 공식 통보했으며 이 전무는 집무실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신동빈 회장을 보필하다 지난 8월 총괄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신 전 부회장은 “신임 집무실 비서실장 겸 전무로 전 법무법인 두우의 나승기 변호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나 변호사는 68년생으로 게이오대 법대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법과대학원을 나왔다. 그러나 롯데 측은 “그룹 임원 인사절차를 따르지 않은 해임이나 신임 인사 모두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전무와 비서진들은 현재 집무실 가까운 곳에서 대기중이다. 이에 따라 롯데는 두 명의 비서실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동시에 보좌하는 유례없이 비정상적 상황을 맞게됐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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