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반대' 분위기에 몸사린 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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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은 참가국들의 일치된 '북핵 반대'입장을 의식한 탓인지 체재 기간 내내 몸을 사렸다.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불참한 대신 차관보급인 허종(許鐘)외무성 순회대사와 외무성 직원 2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숙소와 북한 대사관.회담장만을 오가며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피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을 제외한 전 참가국(22개국)이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촉구해 북한을 곤혹스럽게 했다.

외무장관 회의 석상에서 許대사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다자 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같은 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표방하는 어떤 다자 회담에도 기대를 가질 수 없게 됐다"는 성명을 발표, 許대사 발언은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한편 許대사는 18일 ARF 외무장관 회의의 점심 시간 말미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만나 몇마디 얘기를 나눴으나 실질적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 장관이 許대사와 악수한 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자 회담이 필요하다"고 하자, 許대사는 "북한은 미국의 침공을 막기 위해 핵 억지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고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놈펜=강찬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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