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150억 수뢰 구속

중앙일보

입력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금강산에 카지노.면세점을 설치해주는 대가로 현대그룹에서 1백50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 등으로 18일 밤 구속 수감됐다.

법원은 이날 송두환(宋斗煥)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朴씨는 2000년 4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전직 무기거래상 金모(50)씨를 통해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게 정상회담 비용 명목으로 1백50억원을 줄 것을 요구, 같은 달 중순 서울 P호텔에서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에게서 1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1백50장을 받은 혐의다.

朴씨는 이에 앞서 서울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정상회담을 한달 앞둔 2000년 5월 임동원(林東源)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현대 측이 7대 경제협력 사업의 대가로 북측에 5억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북 송금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알려진 朴씨가 金전대통령이 대북 송금 사실을 정상회담 전에 알았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특검팀이 金전대통령의 조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현대그룹 전직 관계자는 현대 측이 朴씨에게 건넨 돈의 규모가 4백억원이라고 일부 언론에 말했으나 특검팀은 이를 부인했다.

朴씨에게는 鄭회장의 부탁을 받고 2000년 5월 이기호(李起浩)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 "현대계열사에 대한 여신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해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 남용)도 적용됐다.

특검팀은 현대 측이 朴씨에게 건넸다는 1백50억원의 사용처를 밝히기 위해 朴씨 관련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전진배.김현경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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