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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마흔 넘은 '백수' 아들 찌른 70대…법원 '집행유예'

중앙일보

입력

마흔 넘도록 특별한 직업 없이 자신에게 얹혀사는 아들을 20년간 부양하다 노숙까지 하게 되자 홧김에 아들을 흉기로 찌른 70대 노부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아들(41)을 과도로 찌른 혐의(살인 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A(71)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의 아들은 군 제대 후 약 20년간 일정한 직업 없이 아버지에게 얹혀살며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그러던 중 아들이 “자금을 마련해주면 지방으로 이사가겠다”고 제안하자 A씨는 자신이 살던 빌라를 세놓고 자금을 마련해줬다.

아들이 지방에 내려갈 때까지 함께 살기 위해 다른 건물의 지하방으로 이사한 A씨는 지하방의 소유권 등기이전까지 해줬다. 하지만 아들은 지방에 내려가려하지 않았고 A씨 몰래 지하방을 담보로 은행에서 3900만원을 대출받기까지 했다.

심지어 아들이 종종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오는 바람에 길거리에서 노숙까지 하게 된 A씨는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지난 7월 22일 A씨는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거실에서 자고 있는 아들을 봤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난 A씨는 과도로 아들의 팔과 등, 복부 등을 찔렀다. 아들은 상처를 입고 집 밖으로 도망쳤다. A씨는 범행 후 경찰에 스스로 자수했고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흉기로 살해를 시도한 범행 자체는 죄질이 무겁다고 봤다. 하지만 피해자인 아들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몹시 중한 범죄이지만 아들이 고령인 A씨를 부양하기는커녕 돈을 요구하고 노숙생활까지 하게하는 등 인륜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범행동기를 제공했다”며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A씨가 술김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한 점, 아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 점, 평생 죄를 범하지 않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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