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속탄데이"…4경기째 홈런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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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가장 멋진 타격은 3루타다. 홈런이 승리를 가져다 줄 때가 많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팬들이 왜 그렇게 홈런에만 매료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7백55개)을 자랑하는 행크 에런의 말이다. 홈런의 장쾌함도 좋지만 스피드와 판단력ㆍ용기가 적당히 얽히고 행운까지 겹쳐야 가능한, 흔치 않은 3루타의 짜릿한 매력을 에런은 더 좋아했다. 에런은 23시즌 동안 3루타를 98개밖에 치지 못했다.

LG가 19일 잠실 삼성전에서 에이스 이승호가 이승엽의 홈런을 잠재우는 가운데 장재중의 3루타를 발판으로 7-3으로 이겼다.

장재중은 2-2로 팽팽하던 5회말 1사 후 우중간을 꿰뚫는 3루타를 쳤다. 장재중은 발이 빨라 종종 3루타를 치는 선수이기는 하나 올시즌 타율이 0.160에 불과하고 펀치력도 약하다. 삼성 외야수들이 전진수비한 덕을 많이 봤다고 할 수 있다.

삼성 더그아웃 코앞에 있는 3루에서 장재중이 환호하는 장면이 김응룡 감독으로서는 보기 언짢았을 것이다. 김응룡 감독은 비교적 호투하던 선발 전병호를 김현욱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LG의 이광환 감독은 2사 후 왼손타자 허문회를 대타로 냈고, 삼성은 다시 투수를 왼손잡이 강영식으로 바꿨다. 그러자 LG는 오른손 타자 유지현을 다시 대타로 냈다. 대단히 치열한 머리싸움 끝에 유지현은 강영식의 몸에 맞는 강습 안타를 터뜨려 결승점을 뽑았다. LG는 6회에 3점을 추가해 쉽게 이겼다.

LG는 4연패에서 벗어났고 길고 긴 홈 10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LG 선발투수 이승호는 7과3분의2이닝 동안 5안타.4삼진ㆍ2실점으로 호투, 시즌 5승(5패)째를 올렸다. 삼성전 5연패 끝의 첫승이다.

이승엽은 내리 네 경기 홈런을 치지 못했다. LG 투수들은 조심스럽긴 했지만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했으나 최소경기 3백홈런을 때리지 못한 부담 탓인지 3타수 무안타에 삼진도 1개 당했다.

대신 '헤라클레스' 심정수가 이승엽을 슬금슬금 쫓아가고 있다. 심정수는 수원에서 1회말 롯데 선발투수 임경완을 상대로 1백20m짜리 우월 투런홈런을 쳤다. 시즌 24호로 이승엽과는 6개 차다. 현대는 8-2로 이겨 3연승했고, 롯데는 또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선두 SK는 문학 기아전에서 4-4로 팽팽하던 8회말 디아즈의 솔로홈런으로 5-4로 이겨 기아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두산과 한화의 대전 경기는 비로 연기됐다.

이태일.성호준.김종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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