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불씨 '박지원의 150억'] CD 행방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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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박지원씨에게 건넸다는 1백50억원어치 양도성예금증서(CD)의 행방 추적이 간단치 않을 것 같다.

현대에선 "줬다", 朴씨는 "안 받았다"고 주장하는 1억원짜리 1백50장. 朴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가장 확실한 물증이다.

특검 수사에서 19일까지 확인된 건 이 CD들이 2000년 4월 7일 발행됐고, 당시 구입자가 현대건설 직원 임모씨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임씨를 시켜 CD를 산 뒤 이를 朴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D의 발행일이 총선(4월 13일) 이전이었음이 확인됨에 따라 朴씨에게 CD가 전달된 게 사실이라면 총선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강력하게 대두된다. CD는 사채시장에서 간단히 현금화할 수 있어 곧바로 정치자금으로 투입됐을 수 있다.

하지만 朴씨의 구속영장에는 CD가 朴씨에게 전달된 시점이 '4월 중순께'로만 적혀 있다. 따라서 13일 이전이냐 이후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특검팀은 또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씨가 이 CD를 현금화하는 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씨는 현대 측이 "朴씨가 정몽헌 회장에게 처음 1백50억원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다리 역할을 했다"고 지목한 사람이다. 그 金씨가 朴씨로부터 CD의 현금화를 부탁받아 사채시장에서 팔아줬을 것으로 특검팀은 보는 것이다.

따라서 특검팀은 CD를 현금으로 바꾼 마지막 소지자가 누군인지를 찾아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金씨와 朴씨의 고리를 찾아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CD는 양도시 배서 의무가 없어 추적에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 추적이 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朴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특검팀의 공소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치자금 유입 의혹도 뚜렷한 결론을 못 내린 채 정치 공방거리로 계속 남게 될 공산이 크다.

전진배.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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