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인터넷' 토론회] 못끊는 '사이버 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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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끊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네요. 방학 때 밤새워 컴퓨터를 하던 게 버릇이 됐어요. 자꾸 인터넷만 하니까 책도 멀리하게 되고, 10점 이상 떨어진 성적도 회복하기 어렵네요."(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 예방상담센터에 한 청소년이 보낸 메일)

"사이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료보다 예방교육에 비중을 둬야 합니다. 인터넷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 필요합니다."(이수진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연구원)

19일 재단법인 클린인터넷 국민운동본부와 중앙일보 주최로 클린인터넷 제2차 국민 대토론회가 '사이버중독,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세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지난 4월 '사이버테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대응방안이 미비했던 인터넷 중독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평가받았다.

발표자들은 청소년의 사이버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예방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넷 중독에 대한 연구 성과나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이버중독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만큼 컴퓨터를 통한 게임과 채팅 등에 몰입하는 현상이다. 3천만명을 넘어서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 중 게임.음란물.채팅 등에 중독돼 있는 사람은 1백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소년 가운데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사이버중독자는 5%,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은 1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발제자로 나선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심리발달적 특성에 따라 구분하고 각 유형에 따라 구체적인 인터넷 사용행동과 경험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은 사이버문화연구소장은 "한국의 인터넷은 양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콘텐츠와 디지털마인드는 제대로 형성돼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사이버중독을 낳는 주변 환경 및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클린인터넷 국민운동본부의 봉두완 이사장은 "사이버중독의 문제는 인간소외의 한 전형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며 "클린인터넷센터를 설립해 범사회적으로 인터넷 중독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운동을 적극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아무런 예방책 없이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접속하다가 문제가 심각해진 뒤에야 치료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현재 사이버중독 대처의 실태"라며 "학교에서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를 지켜본 서울 성동구 마장동 동마중학교 이정오 교장은 "학교 교사들이 사이버문화에 대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클린인터넷 국민운동본부의 프로그램이 학교로까지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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