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룰라 '한국 따라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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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좌파 노동자 출신 룰라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이 1960~70년대 당시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한국의 산업정책을 본떠 수출기업에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주는 성장 전략을 채택한다고 18일 보도했다.

WSJ은 지난 16일 안토니우 팔루시 재무장관과 각료들이 공개한 새 정책 가이드를 소개하면서 브라질이 한국 모델과 유사한 수출보조금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제도는 수출 보조금의 기간을 제한하고, 기업 효율성과 성과에 따라 지급된다는 점에서 한국 모델과 유사하다고 구이두 만테가 기획부장관은 설명했다.

새 수출 촉진 전략은 세계 시장 수요가 연간 10% 이상 늘어나는 분야나 성장률은 좀 떨어지더라도 철강산업과 대두(大豆)와 같이 브라질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를 선택해 수출 보조금 등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기존 수출 보조금은 새 전략에 맞춰 재검토된다.

이와 함께 브라질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백20억달러를 투자해 도로.항만.전기 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한 뒤 예상 외로 현실주의적 친(親)시장주의 노선을 선택해 좌파 정권에 대한 국제 금융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편 브라질 중앙은행은 18일 올들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연 26.5%에서 26%로 인하했다. 5월 현재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연율로 17.2%에 달해 최근 7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며 중앙은행 목표치(8.5%)의 두 배 이상이다.

이처럼 인플레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라는 기업.노동자.정부 등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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