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속세 폐지案' 하원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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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하원이 18일(현지시간) 공화당 주도로 상속세 폐지 법안을 찬성 2백64표 대 반대 1백63표로 통과시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계속 추진해 온 상속세 폐지안이 또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살아날 전망이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하면 미국의 세금은 앞으로 10년간 1천6백20억달러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상원을 통과하려면 60표가 필요한데 지금으로선 2~4표가 부족하다는 것이 의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6월에도 상원은 하원을 통과(찬성 2백56표.반대 1백71표)한 지금과 거의 같은 내용의 법안을 저지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취임 직후부터 조세 부담 경감과 경기 회복을 위해 상속세 폐지를 추진해 왔다.

부시 경제팀은 상속세가 이중과세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부모가 자신의 재산에 대해 낼 세금을 다 냈는데 그게 자식에게 넘어간다고 세금을 물리면 이중으로 부과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악관은 배당소득세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완전 폐지를 주장하다 지난달 한시적 폐지라는 소득을 얻어낸 바 있다.

그러나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정부의 재정 적자가 더욱 팽창할 것이라며 비판한다. 이들은 특히 상속세나 배당소득세 폐지가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빈부격차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반대를 무릅쓰고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최고의 부자들은 정부 정책을 별로 지지하지 않고 있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 전설적 투자가로 꼽히는 미국 2위의 부자 워런 버핏, 헤지펀드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 등이 회원으로 있는 '책임지는 부자들(Responsible Wealth)'이란 모임이 바로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부자들의 윤리와 책임을 위해 상속세를 없애면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부자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문화예술사업과 각종 공익사업에 내는 기부금이 줄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상속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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