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고쳐도 바로잡기 어려운 상황 … 나라가 최고의 교과서 만들어 새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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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정부가 교과서를 만들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특정 인물을 우상화할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비난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이념 편향, 사회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밝힌 소감이다. 그는 “나라가 책임지고 만드는 새 교과서는 국민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역사교육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회견에 참석한 황 부총리,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김재춘 교육부 차관과 기자들의 질의응답 중 주요 내용이다.

황우여 부총리 “불가피한 결론”

 - 국정화가 국민 통합 대신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듯하다.

 “(황 부총리)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도 많이 들었다. 논란은 끊임없고, 조금씩 고쳐도 바로잡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내린 불가피한 결론이다. 예를 들어 집 여기저기 물이 샌다. 아예 집의 기초나 설계가 잘못됐을 때는 부분만을 고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라가 책임지고 좋은 필자를 모셔 최고의 교과서를 만들면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이런 교과서로 배운 학생은 하나된 대한민국, 통합의 기본을 갖추게 될 것이다.”

 -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학자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 현재 검인정 체제에서 출판사가 스스로 구성한 집필진과 비교하면 과거 국정화를 했던 1970년대 집필진이 더 훌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필진 구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 선진국 중엔 국정화한 나라가 거의 없다.

 “(김 위원장) 1970년대엔 나도 검인정을 주장했다. 민주화를 위해 옳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파동을 보면 민주화, 자유를 향한 역사 연구가 이념 투쟁에 휘말리게 된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일단 숨을 고른다는 차원에서 국정 교과서를 쓰고, 서로가 평상심을 찾은 이후 언젠가는 다시 검인정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새 교과서를 충분한 합의와 검증을 거친 내용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내용은 싣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김 차관) 1992년 헌법재판소는 ‘국정제를 채택하더라도 학설 대립이 있는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를 참조할 계획이다.”

 - 2년 전 현행 검정 교과서를 수정·배포할 때 교육부는 ‘균형 잡힌 교과서’라고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황 부총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송구스런 마음이다. 국정 교과서를 낼 때는 실수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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