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와일드 카드' 이도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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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도경씨만큼 행복한 배우가 있을까.

연극무대에만 서다 나이 쉰에 첫 출연한 영화 '와일드 카드'(감독 김유진)의 히트로 여느 스타가 부럽지 않다. 현재 전국 1백50여만명이 감상한 '와일드 카드'는 정진영.양동근 주연의 형사물. 이씨는 퇴폐 안마시술소 사장 도상춘으로 나온다.

자기 졸개 앞에선 온갖 '똥폼'을 잡다가도 나이 어린 형사 앞에선 '형님' 하며 달려드는 도상춘. 능청스런 얼굴 표정과 억양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알밤 한 대 먹이고 싶을 만큼 얄밉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씨는 연극 경력 26년의 베테랑 배우다. '불 좀 꺼주세요''용띠 위에 개띠'를 장기 공연하며 대학로에선 드문 코믹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00년 여름 대학로에 직접 소극장 이랑씨어터(02-766-1717)를 열고 '용띠 위에 개띠'를 무기한 공연하고 있다. 출연 횟수만 1천7백회에 이른다. 기네스 북에 오를 만한 수치다.

"영화 덕분에 연극도 잘 됩니다. 관객 수가 세 배 가량 늘었어요. 정말 영화의 힘이 세더군요."

그는 "청춘을 돌려 달라"고 농담했다. 나이 쉰에 '떴으니' 너무 늦지 않았느냐는 것. "기회만 와봐라, 충무로를 패대기치겠다"고 작심했는데, 딴죽밖에 걸지 못했다고 겸손해했다.

"영화엔 계속 나오나?"

"'당근'이다. 중학생 때부터 선망했던 일이다. 이번에 40%를 보여줬다면, 다음엔 1백%를 표현하겠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 일흔까지 뛰어야 학비를 댈 수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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