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극권 개발에 외부 투자 절실 … 한국 기업과 기술협력 기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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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호 11면

러시아는 북극항로의 개발에 국가의 미래를 걸고 있다. 2013년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2020 러시아 연방 북극지대 발전 및 국가안보전략’에 그 내용이 들어 있다. 이에 따르면 북극항로 개발은 북극 지역 4대 국익 가운데 하나다. 북극항로를 북극 지역에서의 단일 교통 및 물류 수단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극해는 또한 천연자원의 보고다. 미국 지리학회(USGS)에 따르면 북극해에는 지구상에서 개발되지 않은 원유의 약 13%(900억 배럴), 천연가스의 30%(47조㎥)가 매장돼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172조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러시아가 전체 원유 매장량의 41%, 천연가스 매장량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북극의 해빙이 빠르면 빠를수록 북극해는 러시아에 새로운 도약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북극해 연안국인 러시아는 배타적경제수역인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1해리=1.82㎞)까지의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자국 대륙붕 아래 광물을 채굴할 수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과학적 증거에 따라 자국 대륙붕의 연장으로 인정될 경우 추가로 350해리까지는 권리를 더 주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 권리를 행사하려 하고 있다. 반면 UNCLOS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은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없다. 러시아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는 고민도 많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막대한 자금이다. 북극 지역의 기후적 악조건을 감당할 수 있는 자원 개발 플랜트 및 운송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 북극 전문가인 파벨 구데프 러시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선임 연구원은 “2014년 소치 겨울 올림픽에 500억 달러(약 51조원)가 들었는데 북극항로 개발에는 그 10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옐레나 에피모바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둘째, 환경보호에 대한 압력이다. 그린피스나 세계야생동물기금(WWF)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북극 유전 개발의 전면 중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투자가 필요해지면 자원 개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셋째,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경쟁 에너지가 북극 자원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 셰일가스(오일 포함)·오일샌드 등 신규 자원 개발 기술이 가속화돼 공급이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고비용이 소요되는 북극 자원 개발의 매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카트리나 라베츠카야 IMEMO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가 지속되고 있어 한국이 러시아에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벨리아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러시아의 자원 및 인프라 개발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스크바=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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