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환 "번트 못대면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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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 실패가 오히려 보약이 됐다.

8-9로 뒤진 8회말 무사 1루. SK는 타석의 조경환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번트에 능숙하지 못한 조경환은 두 차례의 시도를 모두 실패, 파울볼을 만들면서 볼카운트가 2-1로 몰렸다.

더 이상 번트를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 강공밖에 길이 없었다. 이때 기아 벤치는 선발 김진우를 끌어내리고 이강철을 투입했다. 잡아당기는 조경환의 타격 습관에 언더핸드 이강철이 땅볼을 유도할 경우 1루주자의 진루를 막아내기 쉽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조경환은 이강철의 몸쪽 공을 그대로 걷어올려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순식간에 승부는 10-9로 뒤집어졌고, 문학구장에 모인 SK 팬들은 기립박수로 역전홈런의 주인공 조경환을 맞이했다. 보내기 번트를 대지 못해 궁지에 몰렸던 조경환이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SK는 난타전 끝에 기아를 누르고 선두를 유지했다.

SK는 18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기아와의 경기에서 초반 8-1로 앞서던 경기를 투수진의 난조로 8-9로 역전당했으나 조경환의 한방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SK 마무리 조웅천은 9회초 1사 1루에서 이종범을 투수앞 병살타로 유도, 경기를 마무리하며 시즌 21세이브포인트로 구원 부문 1위를 굳게 지켰다. SK 박경완은 2회 솔로홈런으로 통산 2백홈런을 기록했다.

최소 경기 3백홈런에 도전했던 이승엽(삼성)은 LG와의 잠실경기에서 홈런 없이 4타수 1안타에 그쳐 신기록 수립엔 실패했다.

이승엽은 19일 2개를 때려야 일본 기록과 타이 기록이 된다. 삼성은 4-3으로 승리, 7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하위 두산은 대전에서 한화를 13-2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두산은 1회초 안경현의 만루포에 이어 김동주(5회).홍원기(7회)의 홈런포 등 16안타를 터뜨려 쉽게 이겼다. 두산의 4연승은 올시즌 처음이다. 10승에 도전했던 한화 선발 이상목은 1회초부터 난조를 보여 패전투수가 돼 두자리승수 도전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현대는 수원에서 롯데에 5-1로 승리, 롯데를 4연패에 빠뜨리며 선두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 선발 송신영은 시즌 5승째를 거뒀다.

이태일.성호준.백성호 기자, 문학=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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