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아 홈런 쳐…" 동료들 밀고 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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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비록 18일에도 홈런을 치지 못했지만 든든한 수호천사 두 사람을 만났다. 팀의 1,2번 타자 박한이와 강동우다.

3-3으로 팽팽하던 7회초 1사1루에서 강동우는 기습번트를 댔다. 무사였다면 번트가 정석이지만 원아웃이 있는 상황에서 번트는 변칙이었다.

병살타나 삼진 등을 예방해 상대가 다음 타자 이승엽과 정면 승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다행히 강동우는 기습번트를 멋지게 성공해 1사 1,2루를 만들었다.

5회 이승엽과 승부를 피한 LG 벤치는 부득이 이승엽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했다. 이승엽은 초구에 우전안타를 쳤고, 그 바람에 3루까지 내달은 박한이는 마해영의 희생플라이로 홈에 들어왔다.

지난 17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박한이는 이날 7회 기습번트에 성공했다.

최근 5경기 타율이 0.500에 이르는 등 타격감이 좋아 방망이를 휘둘러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겠지만 볼넷 공세에 시달리는 이승엽을 위해 주자를 채워주려는 배려가 분명했다. 강동우도 9회초 2사후 마지막 타자로 등장해 비록 아웃되긴 했지만 기습번트를 댔다. 이승엽에게 한 타석이라도 더 만들어 주려는 안간힘이었다.

이승엽은 한.미.일을 아우른 최소 경기 3백홈런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최연소 3백홈런과 시즌 최다 홈런 경신을 위해 꼭 필요한 도우미를 얻은 셈이다.

한편 18일 5회초 삼성의 공격 1사 1,2루 이승엽 타석에서 LG 선발투수 김광삼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지자 외야 삼성 응원석에서 관중 한명이 그라운드로 뛰어내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이 관중은 안전요원들에게 끌려나오면서도 3루 측 삼성 관중석에 볼넷에 항의하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승엽의 기록 경신을 애타게 바라던 팬들은 이날도 아쉬움을 안은 채 경기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성호준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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